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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31 유파의 이름보다 유명한 개인
한국은 '전통'을 중시합니다. 물론 일본이나 중국도 역사와 전통을 중시해서 역사를 날조하는 무술이 한국 못지 않게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유달리 '무슨 무술의 정통', '누구에게 직접 배웠다'는 것을 강조하는 경향이 눈에 두드러진 것은, 꼭 다른 나라보다 한국이 유난하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통, 역사, 무술의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입니다. 한국에서 전통, 역사, 스승의 이름이란 브랜드가 강세인 것은, 한국 무술인들이 실력여부를 떠나 '무술가 개인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 이미지로서 심어주는데 실패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당장 중국만 해도 '진소왕 태극권', '풍지강 태극권' 같은 명사들은 자신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잘 팔리고 있으니까요.
전혀 유명하지 않은 무명 유파의 계승자가, 자신의 실력만으로 이름을 알린 케이스가 일본에는 적지 않습니다.
그 중에, 제가 한국에서 세미나를 열게 된다면 0순위로 초빙하고 싶은 분 가운데 한 사람.
바로 쿠로다 테츠잔 씨 입니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 무술, 특히 전통무술은 어떤 의미에서 로맨티시즘의 극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수련자들이 무술을 배울 때 상대를 살상할 것까지 염두에두지는 않습니다. 살상을 위해선 맨주먹 보다는 칼이, 칼 보다는 총이, 대포가, 미사일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즉, 한편으로 칼은 지극히 실용적인 '살상 무기'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원시적인 무기에서 '도'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어떤 '멋'을 느끼고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여기에 비하자면, 실제로 피가 튀고 뼈와 살이 맞부딪치는 종합격투기는 '리얼리즘'에 가깝다 볼 수 있겠지요.
'쇠의 산'이라는 특이한 본명을 가진 쿠로다 테츠잔 씨는 이 전통무술이 가진 로맨티시즘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로, 가전의 다섯유파를 계승하여 집대성한 인물입니다. 쿠로다 테츠잔 씨는 무술잡지 '비전'에 자신의 이론을 정기연재 하고 있는 '검술의 명인'이면서, 합기계의 무술을 하는 인물이 아님에도 아이키 엑스포에 초대되는 유명인사입니다.
검술의 달인이면서 체술의 달인. 단순히 양쪽 다 잘 한다는 레벨이 아니라, 체술과 검술을 구분 없이 익히고 검술의 몸다루기와 완전히 같은 방식으로 체술의 몸다루기를 연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쿠로다 테츠잔 씨의 도장 신부칸은 바로 앞으로 떨어지는 독특한 방식의 전방회전낙법으로 유명한데, 이는 흔히 '무박자'로 표현하는 '상대의 인지를 벗어나는 움직임'을 만드는 기초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체술 안에 검의 원리가 녹아있다'는 모호한 말을 앞세우는 대신, 검술과 체술어느 한 쪽을 보조적으로 연습한다는 개념 없이, 카타[形]의 수련을 '몸의 완성'을 위한 수단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신부칸' 수련의 특징입니다.
쿠로다 테츠잔 씨의 이론은 매우 독특하고, 보여주는 시범은 카리스마가 넘칩니다. 비록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가전 무술을 계승하였지만, 무술가로서 그의 이름을 부정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습니다. 그가 계승한 가전무술 다섯 유파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무술을 아는 사람 중에도 흔하지 않지만,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유파의 이름보다 유명한 개인.
쿠로다 테츠잔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