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류'에 해당되는 글 4건
- 2008.10.31 코노 요시노리, 무술 연구의 대중화
- 2007.10.01 도시형 격투기 세이켄 신카게류 2
- 2007.08.31 유파의 이름보다 유명한 개인
- 2007.07.30 무술에 있어 소위 '격산타우'라 불리는 기법에 대해.
일본의 무술 연구는 한국에 비해 학술적인 면에서의 발전이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아니, 한국 역시 한 편에선 분명 적지 않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겠지만, 일본에선 그 연구 성과가 일반에 널리 공유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네요.
전통 무술의 각 기법과 몸 다루기, 트레이닝 방법 등에 대해 현대적인 분석방법이 동원되고, 다시 그 연구 성과가 무술이나 격투기는 물론, 각종 스포츠나 일상생활 등의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게 제시되는 패턴 자체가 하나의 분야로서 다뤄지고 있다고 보시면 정확합니다.
무술 연구를 일반에 보급해온 그 가장 첨단에 있는 사람이 바로 코노 요시노리 씨 입니다.
코노 요시노리 하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난바 걸음'인데요. 한국에도 번역 만화 등을 통해 수차례 소개된바 있는 '난바 걸음'은, 걸을때 같은쪽 손과 발을 앞으로 향하는 아주 독특한 걸음이지요.
난바 걸음은, 쉽게 설명하자면, 방향전환시 관성에 의한 힘의 충돌과 시간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체중이동 테크닉입니다. 물론 확장하자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만, 코노 씨가 소개하는 난바 걸음의 범주는 결국 이 선에서 더 나아가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내 체중이 62kg 정도니까... 상대를 잡아갈때 60kg의 커다란 쇳덩이가 위에서 쿵! 하고 떨어진다면 역시 싫겠지요?'
체술을 스포츠에 응용한 사례라며 '태클'을 방어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레슬링이나 현대격투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태클에 대해 체중을 실으며 스프럴 방어하는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입니다. 아이키(합기) 계통의 힘쓰기와는 다른 방법이지요.
세 방향 연속 베기를 보여주며 방향을 전환할때 관성에 의한 힘의 충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역시 앞서 보여드린 난바 걸음과 같은 원리지요.
소개해드린 세 영상에서 보이듯, 코노 요시노리 씨의 연구는 힘의 충돌이나 손실을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벡터를 바꾸는 방향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코노 요시노리 씨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저술한 서적은 결국 그 시점의 기록일 뿐이다. 코노의 연구는 계속 발전해 나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거의 일부 저술에 연연해 그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호의적인 시선이 있는가 하면, 또다른 무술 연구가 나가노 쥰야 씨처럼 "난바 걸음과 무술은 관계 없다"고 잘라 말하며 코노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저변 확대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코노 요시노리 씨의 연구 성과가 일상생활 등 다른 분야에 반영된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한달만의 포스팅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무술은 상당히 유명한지라 다들 알고 계실듯 한데요. '슈토'를 창시했던 초대 타이거 마스크 사야마 사토루가 제창한 무술, 바로 '세이켄 신카게류'입니다.
세이켄 신카게류- 이하 세이켄 -는 소위 '시가지형 실전격투기'를 표방하고 있지라 여러가지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콘크리트 바닥을 상정하였기 때문에 그라운드 상황에 대해서는 꽤나 빡빡한 룰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업어치기 등 콘크리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경우 패하는 것으로 간주, 테익다운 당하여 깔렸을 경우 대단히 불리한 판정을 받는 것이 있겠군요.
기본적으로 '쓰러지지 않고 이긴다'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
- 그라운드 기술로 가기 전에 타격으로 결정짓는다.
- 상대가 쓰러졌을 경우, 그래플링 기술 보다는 파운딩을 노린다.
- 혹은, 상대가 쓰러졌을 경우 다시 스탠딩 상황으로 이끈다.
-와 같은 처리방식 기본 중, 1번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판크라스 코리아 사무국장이자 격투기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기태 씨는 이를 일본식 표현을 빌어 '타-투-타'로 설명하시더군요. 가장 가깝기로는 미르코 필로포비치가 종합 무대에서 보인 격투 스타일이 있겠습니다.
두번째로는세이켄유단자들만이 입는 독특한 도복을 들 수 있겠군요. 세이켄에서는 도시, 시가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복장, 바로 비즈니스 수트를 상정한 도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도복띠를 풀어버리면 평범한 일반 수트와 동일한 디자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신발도 비즈니스 슈즈를 신고 있지요.
디자인 센스를 칭찬하긴 어렵겠습니다만, 보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훈련을 목적으로 한 것인 만큼, 발상 자체에는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학창시절 아마추어 레슬링과 유도를 배웠고, 프로 '레슬러'로 활동했던 사야마 사토루가 마지막으로 내놓은 것이 '타격' 위주의 격투기라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세이켄 역시 한국의 공권유술처럼 사실상 현대 격투기로 보아야 옳겠지만, 자타공인 '극우파'에 정신론, 부시도(무사도), 부시카라테(무사 공수), 사무라이, 할복 따위를부르짖는 그 '사야마'란 인물이 내놓은 세이켄이니 만큼, 마인드 만큼은 '무술'로 보아야겠지요. 무엇보다 기본 구성 자체가 경기 보다는 스트리트 파이팅 상황을 염두에 둔 요소가 많고, 스스로 무도를 표방하고 있으니까요.
최영의 씨의 제자로 독립해나간 '싸움 10단' 아시하라 히데유키 씨는, 저서에서 '예전에는 경찰이 오는데 5분이 걸렸는데, 요즘은 2분이면 경찰이 온다'며 시대의 변화에 따른 스트리트 파이팅 여건의 변화를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따른 여러 상황 변화, 사소하고 작은 차이들이 전략과 디테일한 기술의 차이로 이어지게 되면 파이팅 패턴 자체가 바뀌게 마련이지요.
'최대한 빨리 결정짓는다', '넉다운은 최고의 테이크 다운'이라는 세이켄의 철학 역시, 어찌 보면이런 시대의 흐름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셈입니다.
'남들보다 20년 앞선다'고 하는 사야마 씨의 '세이켄'은, 이런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변화한 새로운 현대 무술을 보여주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은 '전통'을 중시합니다. 물론 일본이나 중국도 역사와 전통을 중시해서 역사를 날조하는 무술이 한국 못지 않게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유달리 '무슨 무술의 정통', '누구에게 직접 배웠다'는 것을 강조하는 경향이 눈에 두드러진 것은, 꼭 다른 나라보다 한국이 유난하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통, 역사, 무술의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입니다. 한국에서 전통, 역사, 스승의 이름이란 브랜드가 강세인 것은, 한국 무술인들이 실력여부를 떠나 '무술가 개인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 이미지로서 심어주는데 실패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당장 중국만 해도 '진소왕 태극권', '풍지강 태극권' 같은 명사들은 자신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잘 팔리고 있으니까요.
전혀 유명하지 않은 무명 유파의 계승자가, 자신의 실력만으로 이름을 알린 케이스가 일본에는 적지 않습니다.
그 중에, 제가 한국에서 세미나를 열게 된다면 0순위로 초빙하고 싶은 분 가운데 한 사람.
바로 쿠로다 테츠잔 씨 입니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 무술, 특히 전통무술은 어떤 의미에서 로맨티시즘의 극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수련자들이 무술을 배울 때 상대를 살상할 것까지 염두에두지는 않습니다. 살상을 위해선 맨주먹 보다는 칼이, 칼 보다는 총이, 대포가, 미사일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즉, 한편으로 칼은 지극히 실용적인 '살상 무기'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원시적인 무기에서 '도'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어떤 '멋'을 느끼고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여기에 비하자면, 실제로 피가 튀고 뼈와 살이 맞부딪치는 종합격투기는 '리얼리즘'에 가깝다 볼 수 있겠지요.
'쇠의 산'이라는 특이한 본명을 가진 쿠로다 테츠잔 씨는 이 전통무술이 가진 로맨티시즘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로, 가전의 다섯유파를 계승하여 집대성한 인물입니다. 쿠로다 테츠잔 씨는 무술잡지 '비전'에 자신의 이론을 정기연재 하고 있는 '검술의 명인'이면서, 합기계의 무술을 하는 인물이 아님에도 아이키 엑스포에 초대되는 유명인사입니다.
검술의 달인이면서 체술의 달인. 단순히 양쪽 다 잘 한다는 레벨이 아니라, 체술과 검술을 구분 없이 익히고 검술의 몸다루기와 완전히 같은 방식으로 체술의 몸다루기를 연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쿠로다 테츠잔 씨의 도장 신부칸은 바로 앞으로 떨어지는 독특한 방식의 전방회전낙법으로 유명한데, 이는 흔히 '무박자'로 표현하는 '상대의 인지를 벗어나는 움직임'을 만드는 기초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체술 안에 검의 원리가 녹아있다'는 모호한 말을 앞세우는 대신, 검술과 체술어느 한 쪽을 보조적으로 연습한다는 개념 없이, 카타[形]의 수련을 '몸의 완성'을 위한 수단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신부칸' 수련의 특징입니다.
쿠로다 테츠잔 씨의 이론은 매우 독특하고, 보여주는 시범은 카리스마가 넘칩니다. 비록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가전 무술을 계승하였지만, 무술가로서 그의 이름을 부정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습니다. 그가 계승한 가전무술 다섯 유파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무술을 아는 사람 중에도 흔하지 않지만,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유파의 이름보다 유명한 개인.
쿠로다 테츠잔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