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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2.30 무술의 가치와 의의 2
오늘은 12월 30일, 내일이면 2007년이 가게 되는군요.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오늘은 무술의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가운데, '무술 9단이 싸움 9단 못 이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 말에는 사실 두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요. 오늘 이야기는그 중에 첫번째에 대해 이야기입니다.
내일은 마침 현대 격투기의 정점에 선 '60억 분의 1' 격투 천재 표도르와, 천부의 체격을 타고 난 최홍만이라는 두 괴물의 승부가 벌어지게 되는군요.
첫번째는 바로 '재능'의 벽에 대한 것입니다.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 딱히 무언가를 배우지 않아도 날때부터 싸우는 법을 알거나, 실제로 싸움을 겪으면서 가장 효율적인 싸움 방법을 찾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격투 센스'를 타고난 사람이바로 이 '싸움 9단'에 속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다른 모든 종목도 그렇습니다만 무술 분야 역시 타고난 재능과 육체를 극복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계량화해서증명하기는 어려운 '격투 센스' 같은 부분을 제외하고서라도, 눈에 띄게 구별이 되는 '체급의 차이'란 요소 역시 승패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지요.타고난 체격, 좋은 몸 역시 '재능'의 한 종류라는 점,무서운 무기가 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겁니다.
우선 그래플러들을 볼까요? 이쪽은 '한방'이 아닌 만큼 확실히 스트라이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신체조건의 차이를 극복하기가 쉬워보입니다. 실제로 체급 차이가 나는 것을 기량으로 커버하여 승리하는 경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고요. 그러나 여기에도 분명히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신체조건의 차이가 중요하지 않다면, 유도나 레슬링 역시 굳이 '체급별 경기'를 치르지 않겠지요.
씨름계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체중이 30킬로그램 이상 차이가 나면 기술이든 뭐든 백약이 무효다.' 씨름계에 최홍만, 김영현 같은 거인 씨름선수가 계속 등장하였던 이유도, 스모 선수들이 몸을 불리는 이유도 다르지 않습니다. 체중과 타고난 근력은 어떤 상황에서건 강력한 무기이며, 이 무기들이 '기술'을 더욱 빛나게 해줄 수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같은 기량에서라면 체중과 근력이 나은 쪽이 유리한 것은 물리적인 '현실' 이니까요.
구체적인 표현에 다소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복싱에선 '헤비급의 잽은 밴텀급의 KO펀치'와 같은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말 그대로, 헤비급의 골격과 체중에서 우러나오는 파워는 경량급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강력함이 있다는 의미지요.
올림픽 등 기록경기의 영향과 그에 따른 엘리트 스포츠의 발달은, 현대 의학에서 비롯된 인체에 대한 이해에 기반하여 트레이닝 기법을 고도로 발달시켜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파워 리프팅을 비롯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력을 기를 수 있음을 잘 알고 있고, 많은 선수들이 과학적인 트레이닝 기법 하에 기량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대화된 트레이닝 기법으로도 타고난 펀치력의 한계, 근력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경량급에도 하드펀처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가진 이 강력한 펀치는 '타고나는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트레이닝으로 어느정도 펀치력을 기를 수는 있지만, 누구나 하드펀처가 될 수는 없는 슬픈 현실.
'싸움'이란 영역에는 이렇게 노력으로는 넘을 수 없는 재능의 벽이 존재합니다. 메울 수 없는 타고난 신체조건의 차이가.
무술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짐승들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 혹은 사냥을 위한 기술, 집단전투를 위한 수련체계 등등...
제가 생각하는 무술의 기원은 이렇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던 '싸움 9단', 바로 그 '타고 난 자'를 이기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무술이라고.
싸우는 재주를 타고난 사람은 누군가에게 따로 싸우는 법을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천재가 너무나 쉽게 움직이는 몸놀림, 휘두르는 펀치가 다른 사람에게는 쉬운 것이 아닌 것이 냉정한 현실입니다. 천재가 할 수 있는 것을 일반인이 바로 따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천재가 '그냥 하면 되는' 것을, 일반인의 관점에서 과연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연구하여, 방법을 찾아내 정리한 것이 무술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근력을 단련하는 것만으로는 끌어올릴 수 없었던, 강력한 펀치력에 대한 대답이 우리가 '발경'이라 부르는 것이고, 그래플링 상황에서의 효율적인 힘쓰기가 '합기'라는 것이라는 것이지요. 출발점이 같은 이 두가지 기법은 그래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천재는 무술을 만들 수 없습니다. 스스로 강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남들이 왜 자신처럼 할 수 없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자신처럼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냥 하면' 된다는 거죠.
무술은 '어떻게 하면 강해질 수 있는가'에대한 탐구의 결과이며, 그렇기에 천재의 강함은 그냥 개인의 강함일 뿐, 본질적으로 '무술'이라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단련해서 강해지는 것'이야말로 무술의 본질이며 가치인 것이지요.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오늘은 무술의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가운데, '무술 9단이 싸움 9단 못 이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 말에는 사실 두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요. 오늘 이야기는그 중에 첫번째에 대해 이야기입니다.
내일은 마침 현대 격투기의 정점에 선 '60억 분의 1' 격투 천재 표도르와, 천부의 체격을 타고 난 최홍만이라는 두 괴물의 승부가 벌어지게 되는군요.
첫번째는 바로 '재능'의 벽에 대한 것입니다.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 딱히 무언가를 배우지 않아도 날때부터 싸우는 법을 알거나, 실제로 싸움을 겪으면서 가장 효율적인 싸움 방법을 찾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격투 센스'를 타고난 사람이바로 이 '싸움 9단'에 속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다른 모든 종목도 그렇습니다만 무술 분야 역시 타고난 재능과 육체를 극복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계량화해서증명하기는 어려운 '격투 센스' 같은 부분을 제외하고서라도, 눈에 띄게 구별이 되는 '체급의 차이'란 요소 역시 승패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지요.타고난 체격, 좋은 몸 역시 '재능'의 한 종류라는 점,무서운 무기가 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겁니다.
우선 그래플러들을 볼까요? 이쪽은 '한방'이 아닌 만큼 확실히 스트라이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신체조건의 차이를 극복하기가 쉬워보입니다. 실제로 체급 차이가 나는 것을 기량으로 커버하여 승리하는 경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고요. 그러나 여기에도 분명히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신체조건의 차이가 중요하지 않다면, 유도나 레슬링 역시 굳이 '체급별 경기'를 치르지 않겠지요.
씨름계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체중이 30킬로그램 이상 차이가 나면 기술이든 뭐든 백약이 무효다.' 씨름계에 최홍만, 김영현 같은 거인 씨름선수가 계속 등장하였던 이유도, 스모 선수들이 몸을 불리는 이유도 다르지 않습니다. 체중과 타고난 근력은 어떤 상황에서건 강력한 무기이며, 이 무기들이 '기술'을 더욱 빛나게 해줄 수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같은 기량에서라면 체중과 근력이 나은 쪽이 유리한 것은 물리적인 '현실' 이니까요.
구체적인 표현에 다소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복싱에선 '헤비급의 잽은 밴텀급의 KO펀치'와 같은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말 그대로, 헤비급의 골격과 체중에서 우러나오는 파워는 경량급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강력함이 있다는 의미지요.
올림픽 등 기록경기의 영향과 그에 따른 엘리트 스포츠의 발달은, 현대 의학에서 비롯된 인체에 대한 이해에 기반하여 트레이닝 기법을 고도로 발달시켜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파워 리프팅을 비롯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력을 기를 수 있음을 잘 알고 있고, 많은 선수들이 과학적인 트레이닝 기법 하에 기량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대화된 트레이닝 기법으로도 타고난 펀치력의 한계, 근력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경량급에도 하드펀처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가진 이 강력한 펀치는 '타고나는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트레이닝으로 어느정도 펀치력을 기를 수는 있지만, 누구나 하드펀처가 될 수는 없는 슬픈 현실.
'싸움'이란 영역에는 이렇게 노력으로는 넘을 수 없는 재능의 벽이 존재합니다. 메울 수 없는 타고난 신체조건의 차이가.
무술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짐승들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 혹은 사냥을 위한 기술, 집단전투를 위한 수련체계 등등...
제가 생각하는 무술의 기원은 이렇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던 '싸움 9단', 바로 그 '타고 난 자'를 이기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무술이라고.
싸우는 재주를 타고난 사람은 누군가에게 따로 싸우는 법을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천재가 너무나 쉽게 움직이는 몸놀림, 휘두르는 펀치가 다른 사람에게는 쉬운 것이 아닌 것이 냉정한 현실입니다. 천재가 할 수 있는 것을 일반인이 바로 따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천재가 '그냥 하면 되는' 것을, 일반인의 관점에서 과연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연구하여, 방법을 찾아내 정리한 것이 무술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근력을 단련하는 것만으로는 끌어올릴 수 없었던, 강력한 펀치력에 대한 대답이 우리가 '발경'이라 부르는 것이고, 그래플링 상황에서의 효율적인 힘쓰기가 '합기'라는 것이라는 것이지요. 출발점이 같은 이 두가지 기법은 그래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천재는 무술을 만들 수 없습니다. 스스로 강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남들이 왜 자신처럼 할 수 없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자신처럼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냥 하면' 된다는 거죠.
무술은 '어떻게 하면 강해질 수 있는가'에대한 탐구의 결과이며, 그렇기에 천재의 강함은 그냥 개인의 강함일 뿐, 본질적으로 '무술'이라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단련해서 강해지는 것'이야말로 무술의 본질이며 가치인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