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무술 연구는 한국에 비해 학술적인 면에서의 발전이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아니, 한국 역시 한 편에선 분명 적지 않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겠지만, 일본에선 그 연구 성과가 일반에 널리 공유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네요.
전통 무술의 각 기법과 몸 다루기, 트레이닝 방법 등에 대해 현대적인 분석방법이 동원되고, 다시 그 연구 성과가 무술이나 격투기는 물론, 각종 스포츠나 일상생활 등의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게 제시되는 패턴 자체가 하나의 분야로서 다뤄지고 있다고 보시면 정확합니다.
무술 연구를 일반에 보급해온 그 가장 첨단에 있는 사람이 바로 코노 요시노리 씨 입니다.
코노 요시노리 하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난바 걸음'인데요. 한국에도 번역 만화 등을 통해 수차례 소개된바 있는 '난바 걸음'은, 걸을때 같은쪽 손과 발을 앞으로 향하는 아주 독특한 걸음이지요.
난바 걸음은, 쉽게 설명하자면, 방향전환시 관성에 의한 힘의 충돌과 시간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체중이동 테크닉입니다. 물론 확장하자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만, 코노 씨가 소개하는 난바 걸음의 범주는 결국 이 선에서 더 나아가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내 체중이 62kg 정도니까... 상대를 잡아갈때 60kg의 커다란 쇳덩이가 위에서 쿵! 하고 떨어진다면 역시 싫겠지요?'
체술을 스포츠에 응용한 사례라며 '태클'을 방어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레슬링이나 현대격투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태클에 대해 체중을 실으며 스프럴 방어하는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입니다. 아이키(합기) 계통의 힘쓰기와는 다른 방법이지요.
세 방향 연속 베기를 보여주며 방향을 전환할때 관성에 의한 힘의 충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역시 앞서 보여드린 난바 걸음과 같은 원리지요.
소개해드린 세 영상에서 보이듯, 코노 요시노리 씨의 연구는 힘의 충돌이나 손실을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벡터를 바꾸는 방향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코노 요시노리 씨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저술한 서적은 결국 그 시점의 기록일 뿐이다. 코노의 연구는 계속 발전해 나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거의 일부 저술에 연연해 그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호의적인 시선이 있는가 하면, 또다른 무술 연구가 나가노 쥰야 씨처럼 "난바 걸음과 무술은 관계 없다"고 잘라 말하며 코노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저변 확대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코노 요시노리 씨의 연구 성과가 일상생활 등 다른 분야에 반영된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