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크의 비전 산책

일본의 무술용어를 보면, 그와 같거나 비슷한 표현이 한국에서 쓰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의미가 완전히 동일하지 않아서 약간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소지가 있기도 하지요. '사범', '관장' 같이 우리 나라에서도 흔히 쓰는 표현들이 한국에서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점은 어느정도 관심 있는 분이시라면 알고 계시겠지만, 그 연원이나 배경에 대해서까지 알고 계신 분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경우 단체에 따라 수장을 표현하는 용어가 조금씩 다르지요.

잘 아시듯 쿄쿠신 카라테(극진공수)의 경우 극진회관의 '관장'이란 표현을 씁니다. 여기서의 관장이란 표현은 한개 체육시설의 장을 이야기하는 의미는 물론 아니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근본적으로 하나의 무술에 대해서 하나의 도장을 출발점으로 삼는 시각은, 아이키도의 요신칸(양신관)이나 호쿠신잇토류(북신일도류)의 토부칸(동무관), 겐부칸(현무관), 그밖에 실전검술, 검술을 위한 체술 등으로 대단히 명성이 높은 쿠로다 테츠잔의 '신부칸(진무관)'이나, 닌자들의 기법을 바탕으로 무도체술을 가르치는 하츠미 마사아키의 '부신칸(무신관)' 등 일본 무술 전반에 걸쳐 상당히 널리 퍼져있는 편입니다.

'장'을 의미하는 또다른 표현으로 '소우케(종가)'란 표현이 있는데요. 종가란 표현 역시 기본적으로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듯 일파의 종주를 의미하긴 합니다만, 단어 속에 '가문'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가령, 시오다 고조의 아들 시오다 야스히사 씨는, 가업을 물려받아 '요신칸 아이키도'의 종가가 되었으나 요신칸이란 단체의 수장은 아닙니다. 말하자면 하나의 문파 개념으로 제자를 모집해온 중국무술에 비해, 일본의 경우 '가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뜻으로, 이는 오랜 막부시대를 거치며 직업선택과 거소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했던 일본의 문화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흔히 말하는 일본의 '장인정신'이나 몇 대를 이어오는 '시니세' 등의 전통 역시, '어차피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으니 내가 하는 이 일만이라도 적어도 일본 제일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발상에서 나오게 되었다는 학설을 인정한다고 한다면, 무술에 있어 '종가'의 개념 역시 수대째 가업을 계승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과거 일본 사회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 요신칸 2대 종가 시오다 야스히사>



봉룡원 심권의 시미즈 아스카 씨나 대동류 육방회의 오카모토 세이고 씨는 '종사'라는 표현을 씁니다. 기본적으로 '종가(소우케)'와 마찬가지로 일파의 종주라는 의미인데, 오카모토 세이고 씨의 경우는 조금 의미가 특별해서, 스스로는 '대동류의 종가'가 아니며 단지 어디까지나 스스로 세운 단체의 수장임을 나타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대동류 현 종가는 타케다 세이슈 [마사노부] 씨 입니다. 오카모토 씨는 스승 호리카와 코도가 세운 '코도카이(코도회)'란 단체에서 독립하여 스스로 '육방회(록포카이)'란 단체를 세웠습니다.)


이런 수장에 대한 표현 외에, 일본에서는 지도자에 대해 '시항(사범)'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요. 말 그대로 무술 지도자를 의미합니다만, 알고계시듯 한국에서와는 그 쓰임이 조금 다릅니다. 한국은 어느 체육관의 오너(관장)가 고용한 무술지도원 정도의 의미로 주로 젊은 사람을 지칭하는 반면, 일본의 경우는 그 유파에서 손꼽히는 지도자에게 주어지는 명칭이지요. 무협소설 식으로 말하자면 '장로'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번에는 일본 무술의 일반적인 학습체계에 대한 용어와 단, 급, 교수대리, 면허개전 등에 대해 대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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