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도장 사정.

무술에 관한 짧은 생각 | 2007. 7. 17. 14:07 | ladyhawke
아마도 한국에도 뉴스가 전해졌을거라 생각합니다만, 어제 일본에 지진이 크게 났었습니다. 제게도 안부 전화가 왔었고, 저도 선생님께 안부전화를 드렸었지요.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만, 일본에는 전통적으로 목조 가옥이 많습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집도 지은지 30년 된 목조 2층집입니다. 오래된 목조 가옥은 태풍이나 내리치는 빗발 같은 윗쪽에서 부터의 압력에는 그럭저럭 버팁니다만, 좌우로 흔들리는 지진파에는 쉽사리 무너지는 편이라고 하지요.

일본의 도장 사정은 사실 한국과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연이어 개최되는 격투기 시합,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도, 검도, 카라테 등의 현대 무술, 그밖의 각종 고류 무술이 아직도 전해지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일본은 무술의 천국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한 편으로 도장 한 군데 없는 동네가 대부분인 것이 일본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가끔 우스갯소리로 '한국처럼 일본에 봉고차 운행하는 도장이 있다면 떼돈을 벌 것'이란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만, 이게 꼭 농담만은 아닌 것이 일본의 현실이지요.

대부분의 일본 무술가들은 - 우리가 이름쯤 들어보았음직한 유파를 포함하여 - 자기 무술 이름으로 된 상설 도장을 갖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동류 육방회 (다이토류 록포카이) 처럼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체육시설을 특정 요일 특정 시간대만 임대한다든가, 대동류 행도회 (다이토류 코도카이) 처럼 다른 용도의 사설 체육관을 특정 요일 특정 시간대만 임대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때문에 수련일자에 따라 수련장소가 종종 바뀌기도 하고, 아무리 유명 무술 종가라 해도 일주일에 한두번, 주말 한두시간만 수련하는 '파트타임 무술가'인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오노하 잇토류의 사사모리 종가나, 대동류의 콘도 본부장 처럼 조금 여유가 있는 개인사업자의 경우는 자기 직장에 도장을 갖추어 놓고 있는 경우도 드물게는 있습니다만, 보통 메이저 무술이 아닌 이상 상설 도장을 가진 전업 무술가는 극히 드물고, 그나마 도장을 갖고 있어도 허름하고 낙후된 건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무술로 돈을 벌기는 어렵다는 말이지요.

공공체육시설을 빌려 운동하는 경우는 차라리 낫습니다만, 허름한 상설 도장을 갖고 있는 분들이나, 혹은 남의 도장을 일정시간만 빌려서 운동하던 분들은 어느정도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의 불안함을 안고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지진만 해도 토쿄 인근이야 괜찮겠습니다만, '코시히카리'의 본고장 니이가타 지역이라면 낡은 목조 도장이 무사하지 못했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