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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30 무술에 있어 소위 '격산타우'라 불리는 기법에 대해.
  2. 2007.07.17 일본의 도장 사정.
  3. 2007.06.07 일본의 무술용어 1

격산타우 시범

격산타우라는 것은, 말 그대로 '산을 사이에 두고 소를 때린다'는 의미로, 간접적인 타격에 의해 충격을 준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간혹 보면 이를 만화나 장풍처럼 '무협소설'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분도 계시는데요. 물론 원래대로라면 무협소설에서 쓰이는 기술입니다만, 비교적 근대로 오면서는 무술에서 실제로 그 기술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지요. 우리가 쉽게 유튜브에서 접하곤 하는 히노 선생의 시범이나, 황가 태극권을 개창한 황성현 노사의 시범이 그런 종류입니다.

대부분 이미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만, 이런 시범은 현대 물리법칙으로, 아니 사실은 뉴턴 시대의 고전 물리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1. 완전탄성충돌에 의한 운동량 보존.

당구를 칠때 큐로 큐볼의 중심을 정확히 치게 되면, 타겟볼과 부딪친 큐볼은 정지하고 타겟볼만 움직이게 되지요. 이러한 충돌을 물리학에선 완전탄성충돌이라고 하며, 큐볼에 가해진 직선적 운동량이 타켓볼에 손실없이 전달되었다 하여 선운동량 보존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2. 탄성충돌구

보다 직관적으로 일치하는 예를 들어보지요.




아마도 이런 완구를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1. 한쪽 끝의 추를 당겼다가 놓으면 (화면의 구슬을 마우스로 직접 움직여 보세요)
2. 그 추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추와 충돌하게 되고
3. 다른 추는 움직이지 않은 채, 처음 당겼던 추의 정 반대편의 추가 튕겨나가게 되지요.


처음 가격하는 펀치와, 가장 끝의 사람이 튕겨져나가는 모습이 비슷하지요?

무술 시범에서볼 수 있는 이런신기한 '현상', 즉 타격의 '결과'에대해서까지는 이렇게 물리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그럼 이런 현상을 보이려면'어떻게' 타격해야하는가 ?즉, '방법'에 대한 설명은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한 분이 안 계십니다.소위'비전'이 되겠지요.


소위 '발경'이라 불리는 무술적인 타격에 대해서는상당히 많은 가설과 서로 다른 정의가 있습니다. 강하게 때리는 것은 모두 발경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맞아서 아파야 발경이라는 견해도 있더군요. 또 경우에 따라 위의 내용과는 반대로,뒤로는 전혀 튕겨나가지 않는 완전탄성충돌 현상에 가까운 결과를 보이는 타격만 발경으로 인정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맞아서 튕겨나가는건 발경이 아니라는거죠.

하지만 제가 존경하는 몇몇 분들과 저의 경우에는바로위와 같은 형태의 시범 결과를이끌어낼 수 있는 타격-힘쓰기 방법을'발경'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특히 제 경우에는 저런식으로 운동량의 완전한 전달, 완전탄성충돌에 가까운 힘의 전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타격이라면 '살살 쳐도 발경이다'라고 보는 쪽입니다.

일본의 도장 사정.

무술에 관한 짧은 생각 | 2007. 7. 17. 14:07 | ladyhawke
아마도 한국에도 뉴스가 전해졌을거라 생각합니다만, 어제 일본에 지진이 크게 났었습니다. 제게도 안부 전화가 왔었고, 저도 선생님께 안부전화를 드렸었지요.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만, 일본에는 전통적으로 목조 가옥이 많습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집도 지은지 30년 된 목조 2층집입니다. 오래된 목조 가옥은 태풍이나 내리치는 빗발 같은 윗쪽에서 부터의 압력에는 그럭저럭 버팁니다만, 좌우로 흔들리는 지진파에는 쉽사리 무너지는 편이라고 하지요.

일본의 도장 사정은 사실 한국과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연이어 개최되는 격투기 시합,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도, 검도, 카라테 등의 현대 무술, 그밖의 각종 고류 무술이 아직도 전해지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일본은 무술의 천국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한 편으로 도장 한 군데 없는 동네가 대부분인 것이 일본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가끔 우스갯소리로 '한국처럼 일본에 봉고차 운행하는 도장이 있다면 떼돈을 벌 것'이란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만, 이게 꼭 농담만은 아닌 것이 일본의 현실이지요.

대부분의 일본 무술가들은 - 우리가 이름쯤 들어보았음직한 유파를 포함하여 - 자기 무술 이름으로 된 상설 도장을 갖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동류 육방회 (다이토류 록포카이) 처럼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체육시설을 특정 요일 특정 시간대만 임대한다든가, 대동류 행도회 (다이토류 코도카이) 처럼 다른 용도의 사설 체육관을 특정 요일 특정 시간대만 임대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때문에 수련일자에 따라 수련장소가 종종 바뀌기도 하고, 아무리 유명 무술 종가라 해도 일주일에 한두번, 주말 한두시간만 수련하는 '파트타임 무술가'인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오노하 잇토류의 사사모리 종가나, 대동류의 콘도 본부장 처럼 조금 여유가 있는 개인사업자의 경우는 자기 직장에 도장을 갖추어 놓고 있는 경우도 드물게는 있습니다만, 보통 메이저 무술이 아닌 이상 상설 도장을 가진 전업 무술가는 극히 드물고, 그나마 도장을 갖고 있어도 허름하고 낙후된 건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무술로 돈을 벌기는 어렵다는 말이지요.

공공체육시설을 빌려 운동하는 경우는 차라리 낫습니다만, 허름한 상설 도장을 갖고 있는 분들이나, 혹은 남의 도장을 일정시간만 빌려서 운동하던 분들은 어느정도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의 불안함을 안고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지진만 해도 토쿄 인근이야 괜찮겠습니다만, '코시히카리'의 본고장 니이가타 지역이라면 낡은 목조 도장이 무사하지 못했을 수 있으니까요.

호크의 비전 산책

일본의 무술용어를 보면, 그와 같거나 비슷한 표현이 한국에서 쓰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의미가 완전히 동일하지 않아서 약간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소지가 있기도 하지요. '사범', '관장' 같이 우리 나라에서도 흔히 쓰는 표현들이 한국에서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점은 어느정도 관심 있는 분이시라면 알고 계시겠지만, 그 연원이나 배경에 대해서까지 알고 계신 분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경우 단체에 따라 수장을 표현하는 용어가 조금씩 다르지요.

잘 아시듯 쿄쿠신 카라테(극진공수)의 경우 극진회관의 '관장'이란 표현을 씁니다. 여기서의 관장이란 표현은 한개 체육시설의 장을 이야기하는 의미는 물론 아니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근본적으로 하나의 무술에 대해서 하나의 도장을 출발점으로 삼는 시각은, 아이키도의 요신칸(양신관)이나 호쿠신잇토류(북신일도류)의 토부칸(동무관), 겐부칸(현무관), 그밖에 실전검술, 검술을 위한 체술 등으로 대단히 명성이 높은 쿠로다 테츠잔의 '신부칸(진무관)'이나, 닌자들의 기법을 바탕으로 무도체술을 가르치는 하츠미 마사아키의 '부신칸(무신관)' 등 일본 무술 전반에 걸쳐 상당히 널리 퍼져있는 편입니다.

'장'을 의미하는 또다른 표현으로 '소우케(종가)'란 표현이 있는데요. 종가란 표현 역시 기본적으로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듯 일파의 종주를 의미하긴 합니다만, 단어 속에 '가문'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가령, 시오다 고조의 아들 시오다 야스히사 씨는, 가업을 물려받아 '요신칸 아이키도'의 종가가 되었으나 요신칸이란 단체의 수장은 아닙니다. 말하자면 하나의 문파 개념으로 제자를 모집해온 중국무술에 비해, 일본의 경우 '가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뜻으로, 이는 오랜 막부시대를 거치며 직업선택과 거소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했던 일본의 문화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흔히 말하는 일본의 '장인정신'이나 몇 대를 이어오는 '시니세' 등의 전통 역시, '어차피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으니 내가 하는 이 일만이라도 적어도 일본 제일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발상에서 나오게 되었다는 학설을 인정한다고 한다면, 무술에 있어 '종가'의 개념 역시 수대째 가업을 계승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과거 일본 사회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 요신칸 2대 종가 시오다 야스히사>



봉룡원 심권의 시미즈 아스카 씨나 대동류 육방회의 오카모토 세이고 씨는 '종사'라는 표현을 씁니다. 기본적으로 '종가(소우케)'와 마찬가지로 일파의 종주라는 의미인데, 오카모토 세이고 씨의 경우는 조금 의미가 특별해서, 스스로는 '대동류의 종가'가 아니며 단지 어디까지나 스스로 세운 단체의 수장임을 나타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대동류 현 종가는 타케다 세이슈 [마사노부] 씨 입니다. 오카모토 씨는 스승 호리카와 코도가 세운 '코도카이(코도회)'란 단체에서 독립하여 스스로 '육방회(록포카이)'란 단체를 세웠습니다.)


이런 수장에 대한 표현 외에, 일본에서는 지도자에 대해 '시항(사범)'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요. 말 그대로 무술 지도자를 의미합니다만, 알고계시듯 한국에서와는 그 쓰임이 조금 다릅니다. 한국은 어느 체육관의 오너(관장)가 고용한 무술지도원 정도의 의미로 주로 젊은 사람을 지칭하는 반면, 일본의 경우는 그 유파에서 손꼽히는 지도자에게 주어지는 명칭이지요. 무협소설 식으로 말하자면 '장로'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번에는 일본 무술의 일반적인 학습체계에 대한 용어와 단, 급, 교수대리, 면허개전 등에 대해 대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전 산책